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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견 수제식·화식·생식, 괜찮을까 · 라벨이 대신 해 주던 일 세 가지

닭가슴살을 삶기 시작한 건, 아이가 사료를 남기면서였습니다며칠만 하려던 게 계속됐고, 어느새 사료 봉투는 찬장 뒤로 밀려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손이 멈춥니다. 봉투 뒷면에는 뭔가 잔뜩 적혀 있었는데, 지금 이 그릇에는 그게 없거든요.라벨의 숫자를 같은 자로 바꿔 읽는 법은 시니어 사료 편이, 라벨이 붙는 제도는 처방식 편이 이미 다뤘습니다. 밥을 남기는 이유 자체는 밥 안 먹을 때 편이 맡고 있고요. 수제식에는 그 라벨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다른 걸 셉니다.한 그릇 안에 성격이 다른 위험이 셋 들어 있습니다. 원인도 대응도 서로 다르고, 하나를 해결해도 나머지는 그대로 남습니다. 계산의 문제, 위생의 문제, 그리고 아픈 몸에서만 생기는 문제예요.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은 수제식을 말리려는 글이 ..

노령견 비강 종양·강아지 코피 원인 · 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종양

머리 엑스레이는 깨끗하다면서, CT를 찍어 보자고 했습니다한쪽 코에서만 코피가 났습니다. 휴지로 눌러 놓고 사진을 한 장 찍어 뒀고,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가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이 이상했어요. 머리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특별한 게 안 보인다고 했고, 그러면서 CT를 한번 찍어 보자고 했습니다.깨끗하다면서 왜 더 찍자는 걸까요. 이 글은 거기서 시작합니다.먼저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을 밀어 두겠습니다. 한쪽이라는 단서 자체는 청력·후각 편이 이미 다뤘고, 위턱 이뿌리와 콧길이 벽 하나 차이라는 이야기는 치주질환 편이 맡았습니다. 여기서는 그 두 글이 끝난 자리 다음만 봅니다.글은 두 덩이로 갈립니다. 앞쪽 절반은 코피 하나에 몇 갈래가 모여 있는지, 뒤쪽 절반은 그중 종양으로 확진됐을 때 질문 자체..

종양·혹 케어 2026.08.21

심장병 노령견 산책·운동, 얼마나 시켜도 될까 · 조절할 네 가지

'무리하지 마세요'와 '근육 안 빠지게 하세요'를 같은 날 들었습니다진료실에서 나올 때 두 문장을 같이 들고 나옵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그리고 근육 안 빠지게 하세요. 둘 다 맞는 말인데 같은 개에게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아예 나가지 말라는 뜻인지, 짧게만 다녀오라는 뜻인지, 짧게라면 몇 분인지는 그날 묻지 못했고요. 그래서 목줄이 현관에 걸린 채 그대로인 집이 있습니다.이 블로그도 그 두 문장을 각각 따로 적어 뒀습니다. 근육 감소 편은 재료와 자극이 둘 다 있어야 근육이 붙는다고 썼고, 폐고혈압 편은 학회 권고에 있는 '운동 제한'을 옮겼습니다. 그 사이가 비어 있어요.그래서 학회 합의문을 펴 봤습니다. 그 자리도 비어 있었습니다.이 글은 '할까 말까'를 다투지 않겠습니다. 대신 실제로 시험된 ..

치매견 돌봄 소진·보호자 번아웃 · 위로 대신 측정된 것만 놓았습니다

새벽 두 시에 일어난 횟수를, 언제부턴가 세지 않게 됐습니다처음에는 셌습니다. 어젯밤엔 두 번, 그젯밤엔 세 번.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안 세게 됐어요. 세어 봐야 달라지는 게 없어서였는지, 숫자를 마주하기 싫어서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헝가리에서 치매가 있는 개를 돌보는 보호자 22명을 심층 면담한 연구가 있습니다. 한 보호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치매가 일상에는 가볍게만 영향을 주는데도, 우리는 구석에 낀 아이를 꺼내주거나 빙빙 도는 걸 막으려고 매일 밤 두세 번씩 일어난다." 다른 보호자는 "반쯤 잠든 채로 일어나 아이를 제자리에 돌려놓는다"고 했고요.이 블로그의 치매 글 다섯 편은 전부 동물을 봅니다. 신호와 관리, 야간 배회, 고양이 인지장애, 배변 실수, 그리고 뇌종양과의 구분까지요. 이..

노령견 폐고혈압 증상과 진단 · 답이 '있다·없다'가 아니라 등급으로 오는 이유

골목 중간에서 주저앉았다가, 2분 뒤에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왔습니다늘 가던 길이었습니다. 언덕도 아니고 완만한 골목인데, 중간에서 뒷다리가 접히듯 주저앉았어요. 안아 올릴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스스로 일어섰고, 2분쯤 뒤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갈 정도인가 싶어 그날은 그냥 넘어갔고요. 그런데 한 달에 두 번, 세 번, 늘 산책 중간에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이 글은 그 2분을 거꾸로 따라 올라가는 글입니다. 다리에서 시작해 오른쪽 심장을 지나 폐의 혈관까지요.먼저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을 밀어 두겠습니다. 기침 자체를 무엇으로 볼지는 기관허탈 편이 맡고 있고, 들이쉴 때 나는 소리는 후두마비 편이, 심장약의 종류와 병기는 심장약 편이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그 글들이..

고양이 혹·멍울·지방종, 개에서 배운 확률이 여기서 뒤집힙니다

털을 빗다 콩알이 하나 걸렸는데, 손끝은 예전 그 개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열여섯 살 고양이 배 아래에서 콩알만 한 게 잡혔습니다. 전에 키우던 개한테도 비슷한 게 있었어요. 그때 들은 말은 "물렁하니 지방종 같네요, 지켜보죠"였고, 실제로 그 혹은 몇 년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기억이 손끝에 남아 있어서 이번에도 며칠은 그냥 지나갔습니다.이 블로그의 종양 글 다섯 편은 전부 개를 보고 쓴 것입니다. 혹·멍울 감별 편도, 유선종양 편도, 비만세포종 편도, 비장 종괴 편도요. 그 글들에 적힌 확률과 기준선이 고양이 몸에서 상당 부분 뒤집힙니다.그래서 오늘은 감별표를 새로 그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미 써 둔 문장을 하나씩 다시 꺼내서, 고양이에서 어느 대목이 어긋나고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지만 적을게요.다..

종양·혹 케어 2026.08.19

강아지·고양이 치매와 뇌종양 구분 · 발작이 없어도 뇌일 수 있습니다

석 달째 같은 자리를 돌고 있었는데, 도는 방향이 늘 오른쪽이었습니다거실 소파와 벽 사이. 그 좁은 길을 도는 건 벌써 몇 달째라 새삼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저녁에 문득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옵니다. 늘 같은 쪽으로 돕니다. 시계 방향으로만. 왼쪽으로 도는 걸 본 기억이 없어요.이 글은 "치매인가요, 아닌가요"에 답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건 진료실의 몫이고, 솔직히 집에서 가릴 수 있는 종류의 질문도 아니에요. 대신 다른 걸 하겠습니다. '치매'라는 말이 교과서에서 정확히 어느 자리에 적혀 있는지를 보여 드리고, 그 자리에 함께 적혀 있는데 한국어 검색으로는 좀처럼 안 나오는 것들을 옆에 놓겠습니다.강아지 치매 편과 고양이 치매 편에서 이미 감별표를 한 장씩 그렸습니다. 그..

반려동물 임종 징후, 마지막 며칠 몸에서 일어나는 일

자는 건지 아닌지 보려고, 배가 오르내리는 걸 세고 있습니다새벽 세 시입니다. 불을 켜지 않은 채 옆에 앉아 담요 위로 배가 오르내리는 걸 보고 있어요. 조금 전보다 느려진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휴대폰을 들어 검색창에 무언가를 칩니다.그 검색의 답을 이 글이 드리지는 못합니다. 언제인지 맞히지 못해요. 대신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것에 이름을 붙여 드리는 것. 무엇이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무엇이 놀랄 필요 없는 것이고, 무엇이 아직 손쓸 자리가 남은 것인지요.시작 전에 두 가지만 앞에 두겠습니다.지금 숨쉬기가 힘들어 보인다면 아래 어느 줄도 읽지 마시고 병원으로 가세요. 이게 임종 과정인지 아닌지는 도착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뒤에서..

임종·펫로스 2026.08.18

노령견 갑상선기능저하증 · 낮은 T4 한 줄로 진단하면 안 되는 이유

산책 가자는 말에 현관까지 나왔다가, 도로 자리로 돌아갑니다예전엔 목줄만 들면 뛰어나오던 아이예요. 요즘은 일어나긴 하는데 현관에서 한 번 멈칫하더니, 그냥 방석으로 돌아가 눕습니다. 밥은 늘 먹던 만큼 먹는데 몸은 조금씩 무거워지고요. 겨울도 아닌데 자꾸 따뜻한 자리만 찾습니다.이 장면을 보고 대부분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나이 들었나 보다." 실제로 그럴 때가 많아요. 그런데 똑같은 목록을 만드는 병이 하나 있습니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져 몸 전체의 대사가 느려지는 상태, 갑상선기능저하증이에요.이 글이 다루려는 건 병 자체보다 그 병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유가 있어요. MSD 수의 매뉴얼은 이 병을 두고 "개에서 가장 과잉진단되는 질환 중 하나"라고 적습니다. 동시에 노령견에서는 노화로 넘겨져..

노령견 후두마비, 쉰 목소리와 거친 숨 · 여름 산책이 위험해지는 이유

짖는 소리가 달라진 걸, 대개 가족이 먼저 알아챕니다택배가 오면 예전처럼 짖긴 합니다. 그런데 소리가 달라요. 톤이 낮아지고 끝이 갈라집니다. 언제부턴가 헐떡임도 좀 거칠어졌고요. 그래도 밥은 잘 먹고 산책도 나가니까 "나이 들어 목이 쉬었나 보다" 하고 넘기게 되죠.그 소리가 병의 첫 문장인 경우가 있습니다. 후두마비예요. 숨이 드나드는 문이 제때 열리지 않는 병이고, 노령 대형견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건 진행이 느리다는 점이 아니라, 몇 년을 느리게 오다가 더운 날 하루 만에 응급이 된다는 점입니다.그래서 급한 이야기를 앞에 두겠습니다. 혀나 잇몸이 보랏빛이거나 검붉거나, 목을 앞으로 빼고 앉은 자세로 숨을 몰아쉬거나, 숨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몸이 뜨겁다면 이 글을 접고 지금 병원에 연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