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 34

고양이 방광염 · 재발을 줄인다는 약과 사료와 환경을 위약과 하나씩 맞대어 봤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던 밤, 지난번엔 뭐가 나아지게 한 건지 물었습니다모래 파는 소리가 밤새 끊겼다 이어집니다. 들어가서 한참 앉아 있다가 나오고, 몇 분 뒤에 또 들어가요. 자세를 잡고 버티는 시간이 유난히 긴데, 정작 치워 보면 젖은 자리는 손톱만 합니다.열다섯 살이면 이 장면 앞에서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가 아닙니다. 신장인가, 방광인가, 아니면 화장실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 그리고 대개는 병원에 다녀오고, 약을 먹이고, 사료를 바꾸고, 화장실을 하나 더 놓습니다. 며칠 뒤에 조용해져요.그 며칠 사이에 무엇이 이 아이를 낫게 한 걸까요. 약일 수도 있고 사료일 수도 있고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아니었을 수 있어요. 다음에 같은 밤이 또 왔을 때 무엇을 반복할지 정하..

노령묘 관절염 증상 · "우리 애는 안 절뚝여요"가 어디서 나온 말인지 되짚었습니다

"우리 애는 안 절뚝여요"는 대체로 맞는 관찰입니다고양이 관절염 이야기를 꺼내면 거의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우리 애는 안 절뚝여요. 잘 걸어 다녀요."이 문장을 반박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이 관찰은 실제로 맞습니다. 방사선상 사지 관절염이 있는 고양이 36마리 중 진료기록에 파행이 남은 건 6마리, 16.7%뿐이었으니까요.그래서 방향을 바꿔 봤습니다. 이 병에서 보호자가 "괜찮다"고 말하게 만드는 관찰들, 그러니까 안 절뚝인다, 잘 걷는다, 만져도 안 아파한다, 사진이 깨끗하다, 잘 뛰어논다를 하나씩 꺼내서 각각이 실제로 몇 %를 놓치는지 숫자를 붙여 봤어요.결과가 한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이 병의 관찰들은 "있다"는 잘 맞히고 "없다"는 거의 못 맞힙니다. 보호자 체크리스트로 보면 하나라도 걸릴 ..

관절·치아·눈 2026.09.08

노령묘 당뇨 · 개와 갈라지는 다섯 곳과 관해라는 좁은 목

물그릇을 자주 채우게 된 열한 살, 여기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립니다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이 늘었습니다. 잘 먹는데 살이 빠지고요. 검색하면 당뇨가 나옵니다.그런데 개 이야기와 고양이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두 종은 이 병에서 생각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요.이 블로그는 개 당뇨를 이미 한 편 썼습니다. 이 글은 그 글의 고양이 버전이 아닙니다. 두 종이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다섯 번 짚고, 그다음 개에는 없는 현상 하나로 좁혀 들어갑니다.그 현상이 관해(remission)예요. 인슐린을 끊고도 혈당이 유지되는 상태인데, 한국어 웹에서는 이게 '완치'로 번역되곤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의 뒤쪽 절반은 그 단어를 정확한 자리에 돌려놓는 데 씁니다.영국 1차 진료 기록에서 2019년에 새로 당뇨 진단을..

노령견 노령묘 혈압 측정 · 숫자 하나에 붙은 오차를 먼저 계산합니다

검진표에서 이 항목만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합니다다른 숫자는 그 자리에서 정리되는데, 혈압만 "다음에 한 번 더 재 보죠"로 넘어가는 경험을 하신 적 있으실 겁니다.귀찮게 구는 게 아닙니다. 혈압은 이 검진표에서 유일하게, 한 번 잰 값으로는 결론을 낼 수 없다고 국제 문서가 못 박아 둔 항목이에요.왜 그런지 숫자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건강한 고양이 94마리를 같은 병원 안에서 조건만 바꿔 재 봤더니, 평균 160을 넘겼던 10마리 중 9마리가 같은 날 다른 조건에서 150 미만인 값을 냈습니다.이 글은 혈압이라는 한 숫자를 '진짜 혈압 + 여러 겹의 오차'로 분해합니다. 그리고 오차마다 실제로 몇 mmHg인지 값을 매겨 볼 거예요. 장소·자세·부위·기계·사람·달래는 방식 순으로요.그 합계를 다 채운 뒤..

정기 건강검진 2026.08.26

강아지 치매 진행 단계와 삶의 질 · 어느 자로 재느냐에 따라 단계가 달라집니다

어떤 곳은 3단계라고 했고, 어떤 곳은 4단계라고 했습니다몇 단계쯤 왔는지 알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어떤 곳은 3단계라고 하고 어떤 곳은 4단계라고 합니다. 둘 다 맞습니다.개의 치매 단계를 나누는 보호자 설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고, 총점도 구간 수도 셈법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이 블로그의 치매 글 여섯 편은 전부 '지금 무엇을 하나'였습니다. 신호와 관리, 야간 배회, 고양이 인지장애, 배변 실수, 뇌종양과의 구분, 돌봄 소진까지요. 이 글은 '어디쯤 와 있나'입니다.먼저 하나 밝혀 두겠습니다. 이 글은 우리 개가 몇 단계인지 매겨 드리지 않습니다. 문항 목록과 응답 선택지를 싣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그 순간 자가 채점표가 되니까요. 돌봄 소진 편에서 사람용 척도에 세운 원칙과 같습니다.대신 ..

노령견 수제식·화식·생식, 괜찮을까 · 라벨이 대신 해 주던 일 세 가지

닭가슴살을 삶기 시작한 건, 아이가 사료를 남기면서였습니다며칠만 하려던 게 계속됐고, 어느새 사료 봉투는 찬장 뒤로 밀려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손이 멈춥니다. 봉투 뒷면에는 뭔가 잔뜩 적혀 있었는데, 지금 이 그릇에는 그게 없거든요.라벨의 숫자를 같은 자로 바꿔 읽는 법은 시니어 사료 편이, 라벨이 붙는 제도는 처방식 편이 이미 다뤘습니다. 밥을 남기는 이유 자체는 밥 안 먹을 때 편이 맡고 있고요. 수제식에는 그 라벨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다른 걸 셉니다.한 그릇 안에 성격이 다른 위험이 셋 들어 있습니다. 원인도 대응도 서로 다르고, 하나를 해결해도 나머지는 그대로 남습니다. 계산의 문제, 위생의 문제, 그리고 아픈 몸에서만 생기는 문제예요.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은 수제식을 말리려는 글이 ..

노령견 비강 종양·강아지 코피 원인 · 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종양

머리 엑스레이는 깨끗하다면서, CT를 찍어 보자고 했습니다한쪽 코에서만 코피가 났습니다. 휴지로 눌러 놓고 사진을 한 장 찍어 뒀고,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가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이 이상했어요. 머리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특별한 게 안 보인다고 했고, 그러면서 CT를 한번 찍어 보자고 했습니다.깨끗하다면서 왜 더 찍자는 걸까요. 이 글은 거기서 시작합니다.먼저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을 밀어 두겠습니다. 한쪽이라는 단서 자체는 청력·후각 편이 이미 다뤘고, 위턱 이뿌리와 콧길이 벽 하나 차이라는 이야기는 치주질환 편이 맡았습니다. 여기서는 그 두 글이 끝난 자리 다음만 봅니다.글은 두 덩이로 갈립니다. 앞쪽 절반은 코피 하나에 몇 갈래가 모여 있는지, 뒤쪽 절반은 그중 종양으로 확진됐을 때 질문 자체..

종양·혹 케어 2026.08.21

심장병 노령견 산책·운동, 얼마나 시켜도 될까 · 조절할 네 가지

'무리하지 마세요'와 '근육 안 빠지게 하세요'를 같은 날 들었습니다진료실에서 나올 때 두 문장을 같이 들고 나옵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그리고 근육 안 빠지게 하세요. 둘 다 맞는 말인데 같은 개에게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아예 나가지 말라는 뜻인지, 짧게만 다녀오라는 뜻인지, 짧게라면 몇 분인지는 그날 묻지 못했고요. 그래서 목줄이 현관에 걸린 채 그대로인 집이 있습니다.이 블로그도 그 두 문장을 각각 따로 적어 뒀습니다. 근육 감소 편은 재료와 자극이 둘 다 있어야 근육이 붙는다고 썼고, 폐고혈압 편은 학회 권고에 있는 '운동 제한'을 옮겼습니다. 그 사이가 비어 있어요.그래서 학회 합의문을 펴 봤습니다. 그 자리도 비어 있었습니다.이 글은 '할까 말까'를 다투지 않겠습니다. 대신 실제로 시험된 ..

치매견 돌봄 소진·보호자 번아웃 · 위로 대신 측정된 것만 놓았습니다

새벽 두 시에 일어난 횟수를, 언제부턴가 세지 않게 됐습니다처음에는 셌습니다. 어젯밤엔 두 번, 그젯밤엔 세 번.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안 세게 됐어요. 세어 봐야 달라지는 게 없어서였는지, 숫자를 마주하기 싫어서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헝가리에서 치매가 있는 개를 돌보는 보호자 22명을 심층 면담한 연구가 있습니다. 한 보호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치매가 일상에는 가볍게만 영향을 주는데도, 우리는 구석에 낀 아이를 꺼내주거나 빙빙 도는 걸 막으려고 매일 밤 두세 번씩 일어난다." 다른 보호자는 "반쯤 잠든 채로 일어나 아이를 제자리에 돌려놓는다"고 했고요.이 블로그의 치매 글 다섯 편은 전부 동물을 봅니다. 신호와 관리, 야간 배회, 고양이 인지장애, 배변 실수, 그리고 뇌종양과의 구분까지요. 이..

노령견 폐고혈압 증상과 진단 · 답이 '있다·없다'가 아니라 등급으로 오는 이유

골목 중간에서 주저앉았다가, 2분 뒤에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왔습니다늘 가던 길이었습니다. 언덕도 아니고 완만한 골목인데, 중간에서 뒷다리가 접히듯 주저앉았어요. 안아 올릴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스스로 일어섰고, 2분쯤 뒤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갈 정도인가 싶어 그날은 그냥 넘어갔고요. 그런데 한 달에 두 번, 세 번, 늘 산책 중간에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이 글은 그 2분을 거꾸로 따라 올라가는 글입니다. 다리에서 시작해 오른쪽 심장을 지나 폐의 혈관까지요.먼저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을 밀어 두겠습니다. 기침 자체를 무엇으로 볼지는 기관허탈 편이 맡고 있고, 들이쉴 때 나는 소리는 후두마비 편이, 심장약의 종류와 병기는 심장약 편이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그 글들이..